2017     |     COLUMN     |     October

‘맛’으로 꿈을 이루게 한
나의 제주

1. 정식당 임정식 셰프가 제주 브루어리 행사에서 선보인 제주 음식을 모티브로 한 상차림

매달 빠르게 변화는 식문화의 트렌드를 읽어 내며, 푸드 콘텐츠를 만들고 수많은 셰프와 요리 전문가를 만나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한다. 외식업을 대표하는 기업의 마케터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아이디어로 제품을 알리는 프로모션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렇게 음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직업을 가진 나는, 돌이켜보면 나의 고향 제주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그것도 제주의 음식들 말이다.

2. Gaggan 셰프가 팝업 레스토랑 행사에서 만든 인도식 쌈장과 피클

3. 제주산 녹차로 만든 무스, 제주산 우유, 우도산 땅콩으로 만든 정식당의 시그니쳐 디저트 돌하르방

제주도는 17년 동안 내가 자란 땅이다. 싱싱한 갈치, 옥돔, 전복 등 풍부한 해산물과 육질 좋은 쇠고기, 돼지고기, 봄이면 지천으로 깔린 고사리, 여름이면 동네 앞바다에서도 낚을 수 있는 한치, 가을엔 기름이 잔뜩 오른 고등어, 겨울이면 손끝이 노래질 정도로 까 먹던 귤 등 먹는 것만큼은 풍요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당시만 해도 물가가 크게 비싸지 않아 지금은 구경도 하기 힘든 몸에 좋고 싱싱한 식재료들을 마음껏 먹으며 자랄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던가. 온갖 산해진미를 먹고 자랐던 그때 그 시절이 있었기에 요리 관련 콘텐츠를 만들며 다양한 맛에 심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옛날, 4칸 짜리 냉동고가 있었을 만큼 다양한 식재료의 보고였던 우리 집 부엌이 문득 떠오른다. 아직도 중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면 나를 보며 얘기한다. 너네 집에 놀러가 먹었던 엄마가 해주셨던 해산물 왕창 들어간 김치죽과 라면 하나를 끓여도 제주 삼겹살을 넣고 맛나게 끓였던 너의 라면을 잊을 수가 없어, 라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하고, 우연한 기회에 요리책을 만드는 에디터가 된 나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발판삼아 여러 푸드 관련 일을 기획하게 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푸드 어플리케이션 K-food를 만든 것과 푸드 매거진 la main을 만든 것이다. 내 가족을 위해 음식을 하는 것 말고는 직접적으로 요리를 하지는 않지만, 주위에 음식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과 벌써 10년째 이 일을 함께 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제주의 훌륭한 식재료와 음식을 알리는 일은 나에게는 어떤 사명감으로 다가왔다.

4. 신창해안도로에서 Gaggan Anand 셰프

5. 제주 맥주 런칭 행사 중

작년, 아시아 최고의 셰프를 한국에 초청해 그들에게 한국의 음식을 알림과 동시에 한국 셰프들과의 컬래보레이션을 통한 화합을 이끄는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 중, 3년 연속 아시아 최고의 레스토랑에 빛나는 방콕의 Gaggan 레스토랑의 인도출신 셰프 Gaggan Anand를 제주에 데리고 가 그에게 제주 곳곳의 아름다움과 맛을 소개한 적이 있다. 특히 그가 극찬한 제주의 음식은 흑돼지 바비큐와 멸치 튀김, 그리고 제주의 갈치 구이. 아마 복잡한 조리법으로 음식을 만들지 않아도, 제주의 싱싱한 식재료 자체로 맛을 낸 그 맛에 반했던 것 같다.

6. Gaggan 셰프의 전복죽

셰프는 제주의 식재료에 영감을 얻어 전복죽에 인도의 향신료를 넣어 전혀 새로운 메뉴를 만들기도 했고, 인도의 대표적인 음식 커리를 흑돼지 바비큐에서 모티브를 얻어 쌈과 다양한 피클을 함께 내기도 했다.

7. 정식당 임정식 셰프

얼마전에 런칭한 제주 브루어리의 ‘제주 위트 에일’을 소개하는 행사(호텔 28 내 월향 명동)에서는 미슐랭 스타에 빛나는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가 제주의 향토 음식을 콘셉트로 한치물회, 제주 보쌈 그리고 돌하르방을 디저트로 표현해 갈채를 받았다. 이처럼 내 고향 제주의 음식과 식재료를 음식을 잘 만드는 사람의 손을 빌어 소개한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값진 일이다.

음식에 관한 여러 행사를 기획하고, 요리책을 만드는 나의 직업에 있어 제주도는 샘물과도 같은 곳이다. 가끔 힘이 들고 아이디어가 고갈될 때면 다시 제주에 가 엄마가 직접 해주시는 음식을 맛보고 시장을 둘러보며 목을 축인다.

누군가 나에게 앞으로의 목표가 묻는다면, 내가 태어난 곳에 다시 돌아가 그곳에서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 일주일에 딱 3일만 여는 술집을 하고 싶다 말할 것이다. 제주에서 지낸 어린 시절과 전 세계를 다니며 맛을 탐닉했던 나의 어른 시절이 합쳐져, 어떤 맛을 낼지 나 역시 몹시 궁금해진다.

글&사진 장은실

올해로 푸드 전문 디렉터 10년차. 밥상 시리즈 에디터와 파인 푸드 전문 매거진 편집장을 거쳐 현재 <맛있는 책방>을 운영중이다. 주변이 늘 맛있는 것들로 가득차 있어 이것을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좀 더 편하고 맛있게 소개할 지 늘 고민중이다. 요리책도 만들고 다양한 음식 이벤트를 기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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