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COLUMN     |     December

사회적경제와 사회복지, 그리고 우리 섬 제주

신자유주의의 대표 레이저노믹스와 대처리즘의 상징, 로널드 레이건과 마가렛 대처
제3의 길의 저자 앤서니 기든스와 그의 저서
제3의 길을 찾아가는 시대

사회복지에 대한 공부를 처음 시작했던 1989년 즈음의 커리큘럼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면, ‘집단사회사업’, ‘개별사회사업’, ‘사회복지정책’, ‘임상사회복지’ 등 주로 기초적 각론에 입각한 과목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 후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학교에서 일을 시작했을 무렵에는 보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과목들을 중심으로 학생들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학교의 교과과정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일면 사회적인 요구에 부응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지난 30~40여 년 동안 사회복지를 둘러싼 환경들은 매우 급격히 변화되어 왔다. 특히, 70년대와 80년대를 거쳐,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와 ‘대처리즘(Thatcherism)’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 기조는 아직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적절한 대상자 선정과 그에 따른 서비스 제공이라는 신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사회복지 학자들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보수와 진보, 그리고 잔여적(Residual) 모델과 제도적(Institutional) 모델 사이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실천하는 우리들은 그 ‘적절한’ 황금비율을 찾기 위해 애써왔다. 최근에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에 의해 주장되는 ‘제3의 길’이라는 이념은 그간에 축적된 우리 모두의 노력과 열정들이 반영된 흐름의 결과 중 일부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형태의 정부와 경제체제, 더불어 살아가야만 하는 독특한 개인주의 등으로 정의되는 새로운 형태의 이념은 현실 세계에서 개개인의 역할과 사회의 정의, 그리고 정부의 책임이 전통적인 것에만 머물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는 새로운 먹거리와 입을 거리를 위해 사냥을 떠나야 하는 때가 도래한 것이다.

지속가능한 생태환경을 위한 다양한 사례들

스탠퍼드 대학 사회혁신센터의 활동과 교육과정
아쇼카는 ‘모두가 체인지메이커인 세상’에서 롤모델이 되는 사회혁신기업가(Social Entrepreneur)들을 지원하는 것을 미션으로 한다.
아쇼카의 펠로우 선정 기준은 새로운 아이디어, 창의성, 기업가적 자질, 아이디어의 사회적 임팩트, 윤리적 소양이다.
하버드 대학의 하우저 센터 관련 안내물

하우저 센터(Hauser Center)를 통해 사회적경제를 실현하는 하버드 대학(Harvard University), 사회혁신센터(Social Innovation Center)를 통해 사회적경제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스탠퍼드 대학(Stanford University), 세계사회적기업가대회(Global Social Enterpreneurship Competition)를 통해 학생들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확인하는 워싱턴 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 등 각 대학들의 노력과 세계경제포럼(The World Economic Forum)의 클라우스 슈와브(Klaus Schwab) 재단 활동은 급변하는 사회적 변화에 대처하는 사회적 경제조직과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농어촌 공동체회사 등의 미래지향적인 잠재력을 인정한 실증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사회적 경제의 뿌리가 되고 지원하는 브롬리 바이 보우 센터(Bromley By Bow Center)1)나 아쇼카(Ashoka)2)등의 모임들이 ‘사회’와 ‘경제’가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생태적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노력을 경주해 왔다. ‘제3의 길’을 통해 새로운 사회복지적 그리고 사회경제적 이념을 추구하려는 노력, 각 대학과 재단들의 희생, 그리고 민간단체들의 열정은 이미 우리 사회가 기존의 이념이나 생각, 그리고 가치들만으로는 전 세계적 시민들의 미래지향적 사회적 요구를 담아낼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역사적 사실들이다.

1) 1844년 설립된 ‘로치데일 조합 (Rochdale Cooperative Union)’이 기원인 영국의 협동조합  2) 1980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설립된 사회적 기업가들에 대한 투자를 위한 단체

그라민 은행의 다양한 사례들
자활노숙인의 사회 복귀와 지속가능한 삶을 돕는 빅이슈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Credit)의 씨앗을 성공적으로 뿌린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Grameen) 은행’, 개발도상국의 1인 기업이나 상점을 돕는 미국의 ‘액시온(Accion)’, 낙후된 글래스고의 영세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하는 ‘글래스고 갱생펀드 (Glasgow Regeneration Fund)’, 비영리단체의 금융활동을 지원하는 프랑스의 ‘경제권리를 위한 조합(Association pour le Droit a l’Initiative  Economique)’, 프랑스 공정무역 업체인 ‘에티카블(Ethiquable)’, 정신질환자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하는 스코틀랜드의 ‘포스섹터 (Forth Sector)’, 불우 청소년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코틀랜드의 ‘키블(Kibble)’과 미국의 ‘벨(Bell)’, 사회 취약 계층에 대한 돌보미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소 플뤼(Reseau Plus)’,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성공적인 출발을 한 영국의 ‘빅이슈(Big Issue)’ 등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회적 기업들과 협동조합들이 함께 하는 삶을 위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수많은 사회적경제활동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또 운영하고 유지하여 지속가능한 형태로 진화시키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도전, 그리고 제주의 가능성

전 세계적인 인구사회학적 흐름은 역사적으로 그 어떤 사회에서도 존재하기 않았던 전혀 새로운 변화에 직면했다.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접하는 ‘저출산·고령화’ 현상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변화에 적응해 나가야 하는 운명적 필연성을 갖고 있다. 그야말로 블루오션의 일상이라는 현실 속에서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아 온 제주도는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그리고 조선시대를 거쳐 우리 곁에 있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제주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급변하는 중이다. 어쩌면 제주가 변한다고 말하기 보다는 제주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변화하는 중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비로소 우리 곁에서 묵묵히 존재해 온 제주의 아름다움, 순수함, 새로움을 인식하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게다가 우리 섬을 둘러싸고 있는 푸른 바다가 그야말로 ‘블루오션’이 되어 전에 없던 혁신적인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척박한 자연환경에 굴하지 않고 서로를 도와가며 장애물들을 개척하고 적응하며, 미지의 바다 속에서 숨비소리를 벗 삼아 삶을 유지해온 제주인의 내면에는 그 어떤 한국인보다 강한 개척자로서의 DNA가 존재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후세대가 정의한 괸당, 수눌음 정신 그리고 개개인이 갖는 도전적 정신이 함께 어울려 공동체적이고 사회적인 삶을 누려온 제주에서 사회적 경제의 동력을 이제라도 찾으려는 것은, 어쩌면 제주의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엄청난 시간이 흐른 후 뒤늦게 발견한 우리의 지난 경험과 같은 맥락이 아닐는지 모르겠다.

물론 현장에서 벌어지는 값진 노력들이 언제나 긍정의 힘만을 전하지는 않는다. 거시적으로 보면, 사회적 기업이 활동할만한 충분한 시장의 규모가 아직은 시작단계에 머물러 있기에, 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주체들이 일반적 기업들만큼의 운영 및 경영상의 여력을 발휘하기에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고, 기업자체적으로 보면, 이윤추구와 사회적 이상의 실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에 매순간 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회적 이상의 실현과 기업이 생존을 위해 취해야할 이윤의 추구는 경제적 이념 스펙트럼의 양 끝에 존재한다. 더군다나, 짧은 역사적 한계로 인해 그 스펙트럼의 어디쯤에 자리매김을 하여 양쪽의 지향을 만족시킬지 그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기업가 혹은 조합원 개인적인 측면을 살펴보자면, 투입하는 노동의 대가를 전통적 시장의 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엄격히 보상받기 어려운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공공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여 정확한 사회적 경제활동에 대한 인식의 확산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앞서 나열한 외국의 선진사례들을 보고 따르는 것 역시 진화의 한 형태는 될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들의 앞선 경험을 우리 곁에 두고 학습하고 배워가는 것이 어쩌면 당장 취해야할 전략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단계에서만 머물기에는 우리 섬 제주는 보다 큰 잠재력과 동력을 내재하고 있음을 믿는다. 이미 우리 곁에는 ‘제주사회적경제’가 있다. 미래지향적이고 제주만의 색을 발견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제주사회복지창의센터’의 설립 취지와도 맞닿아있어, 제주만의 사회적 경제와 제주의 사회복지를 모델링하는데 상호 간의 유익한 점도 있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향후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적 경제활동의 활약상을 종종 접할 것을 기대하며 우리 섬, 제주의 미래를 설계해 본다.

심경수

글쓴이 심경수는 제주사회복지창의센터(http://jejuwelfare.org)의 센터장이다. 2017년 5월 1일 개소한 제주사회복지창의센터는 제주지역 사회복지분야 연구기능 활성화 및 도민의 복지체감도 향상을 목적으로 제주특별자치도의 사회복지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훈련, 사회복지정책 수립과 관련된 조사연구 및 정책개발, 사회복지사업의 평가 및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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