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COLUMN     |     November

마을의 변화와 지향

제주의 마을 이름들을 살펴보면 마을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 수 있다. 물을 중심으로 모여든 마을, 바닷가 포구를 중심으로 모여든 마을, 옹기를 굽거나 화전을 하거나 목축을 하기 위해 모여든 마을, 저마다 이유가 무엇이든 마을은 여럿이 모여 무리를 이루어 서로를 보살피며 함께 노동을 하며 공동체를 이루었다. 마을의 이름들은 그렇게 지어졌다. 삶의 공간을 중심으로 길을 만들었고 길은 다시 업의 공간을 향한다. 밭을 일구어 농사를 짓기 위해 길을 내고,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바닷길을 만들었다.

제주도

지금은 행정단위로 마을이 만들어졌지만 예전에는 마을 구성원을 모두 알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단위였다. 행정 단위의 마을은 행정리라는 명칭을 부여 받고 있다. 이렇게 명명된 행정리는 마을 공동체를 상징하고 대표한다. 마을 규모가 큰 행정리의 경우 마을 안에 또 다른 작은 규모의 자연마을들이 있는데 많은 경우에는 6~7개가 모여 하나의 행정리를 이루는 마을도 있다. 이 경우 각각의 자연마을은 행정리에 속하나 자연마을 단위 마을회를 구성하여 가장 작은 단위의 자치공동체를 형성한다.

마을공동체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마을공동체를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마을공동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제, 생활, 종교, 복지, 교육공동체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30여 년 전만 해도 4개 이상의 공동체가 모여 하나의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었다. 90년대 들어서면서 또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이전의 변화가 누적되었을 것이다. 도시 마을들도 70년대 후반 시작된 신도시 개발과 본격적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한 90년대를 거치면서 구도심의 쇄락으로 이어졌다.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산업사회, 고도화어가고 있는 정보사회, 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된 자본시장이 최고인 사회에서 공동체는 비효율적이고,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낡은 것으로 치부되었다.

공공미술

마을공연(서광동리)

도시마을은 마을경계의 모호성과 확장성으로 인해 공동체성의 상실이 더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의 마을공동체는 경제, 생활, 종교, 복지, 교육 공동체를 형성했던 과거와 달리 이익 집단이 되어 가고 있다. 마을공동체를 상징하는 마을회도, 노인회도, 청년회도, 부녀회도 상호부조를 넘어서 대가를 주거나 받지 못하면 마을을 돌보지 않고 이웃을 돌보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일부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공동체 이익을 먼저 요구하는 것을 당연시 하려는 모습이 쉽게 발견된다는 점에서는 우려할 만하다. 요즘 새롭게 정착하는 주민들이 늘면서 함께 나누며 살아가려는 공동체의 모습은 오히려 더 약화되고 기존의 마을공동체에 참여하는 주민 중심으로 집단화되거나 이익화 하는 경향은 더 높아지는 모양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은 인간애와 사회성을 바탕으로 서로 협동하고 협력해 왔다. 나눔과 보살핌으로 무리를 짓고 공동체를 형성하여 유지해 왔다. 공동체는 함께 공유하고 향유하는 사회적 자산을 만들어 마을의 질서를 유지해 왔다.

가시리 공동목장

가시리 유채꽃 프라자

그동안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마을공동체, 소수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마을공동체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면 지난 10년의 제주에서는 미약하지만 변화하고 있는 마을들이 다양한 도전과 경험, 사례를 만들어 왔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생활공동체의 영역에서는 아이와 아동, 청소년을 위한 돌봄 활동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나타났고, 복지와 문화공동체 영역에서는 마을공연단, 마을밴드, 지역의 전통문화를 스스로 전승하려는 주민들이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생산하는 농수산물을 가공해서 유통하는 마을기업이 나타났고, 마을의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문화시설을 만들어 주민들의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마을공동목장 등 마을의 공공자산을 해체시켰던 과거와 달리 마을공동체의 공동자산을

늘려나가기 위한 마을공동체의 활동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변화하고 있는 제주를 보면, 긍정의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에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은 지가(地價)이다.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높아지는 지가는 큰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좋은 투자처가 되어버린 제주가 되었다. 부정적인 변화는 다른 곳에서도 나타났다. 섬의 수용력은 어느새 한계치를 넘어버렸다. 매일 버려지던 쓰레기도 오폐수도 계획된 예측치를 넘어서면서 이곳저곳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달리면서 제주의 풍경을 볼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조만간 제주의 거주 인구와 같아질 수도 있을 것 같은 자동차는 또 다른 걱정거리다.

마을공연(서광동리)

제주에 정착하는 이들은 저마다 ‘생’과 ‘업’을 위해 곳곳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고, 이곳에 머물면 참 좋을 것 같은 곳이면 여지없이 집을 짓고, 또는 카페를 짓고, 또는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짓는다. 비와 바람을 피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자연에 기대도 될 만 한 곳에 모여 집을 짓고 함께 살아가던 예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제 제주는 땅 값과 집값이 오르고, 섬의 풍경은 아름다운 자연에서 카페와 펜션, 고급주택으로 채워지고, 쓰레기가 넘쳐나고, 자동차가 많아 불편해진 제주, 높은 지가가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내가 소유하는 부동산과 동산의 가치가 높아진 것에 만족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듯하다.

제주의 변화는 마을의 변화이다. 함께 집을 짓고, 이웃을 돌보고, 함께 농사를 짓던 마을이 변하고 있다. 소와 말을 몰던 풍경은 사라진지 오래고, 서로를 보살피며 바다로 나아가던 풍경도 사라졌다. 더 늦기 전에 단단한 채비를 해야 한다. 협력과 협동을 확장시키고, 나눔과 돌봄을 통해 지역과 마을의 건강함을 유지하지 않으면 지금의 불편함이 돌이킬 수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때는 이미 지속가능한 제주, 마을의 모습은 찾기 힘들 것이다.

글&사진 라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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