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海女

사방으로 펼쳐진 짙푸른 바다, 수천 년 화산섬이 빚은 이국적인 풍광 과 따스한 바람이 사람들의 지친 심신을 위로해주는 제주도. 바닷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해녀’들은 제주를 상징하는 또 다른 이름이다. 아름답게만 보이는 바다를 삶의 터전 삼아 오랜 세월 함께 해 온 해녀들은 그 누구보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다.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된 물질을 하며 가족을 책임지고, 잠수병으로 힘들어 하면서도 해녀 공동체 안에서 서로 깊게 의지하며 끈끈한 연대의식을 놓지 않았다. 자신들은 무학이거나 학교에 가보지 못했어도 자신의 몫을 망설임 없이 내어주며 지역의 학교를 세우는 데 온 힘을 보탰다. 빈 망사리를 메고 기가 죽어 바다를 나오는 초보 해녀에게 고참 해녀가 잡은 문어, 전복, 소라를 넣어 망사리를 채워주는 ‘정’이 있고, 수심이 얕고 해산물이 풍성한 바다를 지정해 나이 많은 해녀들만 작업하게한 ‘할망 바다’를 형성했다. 기계를 최소화한 물질과 산란기를 맞은 수산물의 채취를 금지하는 ‘금채기(禁採期)’를 통해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제주의 해녀 문화. 오랜 전통을 넘어 제주 사회적경제의 공동체 정신을 보여주며 살아있는 전설이 된 ‘제주 해녀’는 전 세계인들에게 알릴 문화유산이자, 소중히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할 희망이다.

epilogue

바당밭.
해녀들이 물질하는 바다의 밭.
우연한 기회에 제주에 정착하면서
해녀들을 따라 바당밭에 나섰다.

이른 아침,
겨울바람이 차게 불고, 검은 현무암이 빼곡히 펼쳐진 비양도에서
알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칠, 팔십대 해녀들을 만났다.
긴 세월 바다와 함께 해서인지 깊게 새겨진 주름과 몸짓, 목소리까지도
바다의 결과 닮아 있었다.

바당밭에 가기 전 함께 모여 고무 옷을 입고
테왁, 망사리, 물안경을 챙겨 나가는 모습은 흡사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 같았다.
거친 숨비소리 내며 긴 시간 물질하고, 동료를 사고로 잃기도 한다.
하루의 고단함을 넘어선 생명의 위협 사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7년 동안 작업을 하며,
안전장치 하나 없이 사람의 힘으로만 하는 직업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해녀가 등재 되었을 때,
그들도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허리를 다친 후 물질이 어려워진 한 할머니는
다시 물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신다.
뭍에선 허리 한 번을 못 펴는 그들이,
물에 들어가면 어느 누구보다 빠르고 유연한 인어와도 같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중 하나인 물질.
긴 시간 해 온 작업을 <제주와>에 발표하며
독자들이 그들을 하나의 피사체로 보기보다,
함께 숨 쉬며 동시대를 살아왔을 ‘누군가의 삶’으로 기억해주길 바란다.

작가 한용환